감사원, 게임물관리위원회 감사결과 공개…비위 의혹 사실로 드러나
게관위 내부 부패 상태, 상상 이상…시스템 구축 안 됐는데도 업체에 대금 지급
추태 감추기 위해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 거짓 작성 종용하기도
과업 진척률 97%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진척률은 50%도 안 돼
[인사이트코리아=신광렬 기자] 국내에 서비스되는 게임의 심의를 담당하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관위)의 비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게관위의 비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철퇴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9일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감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감사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게임 등급 심의와 변경이 문제가 되면서, 2017년에 게관위가 구축했다는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위 의혹이 제기된 것에 따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10월 29일 시민들의 연대서명 운동을 계획했다. 해당 서명운동의 자리에는 ‘블루 아카이브’ 등급 재지정 사태를 계기로 게관위의 일관성 없는 주먹구구식 심의에 분노한 게이머들 5489명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며 서명에 참여했다.
게이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끝에, 감사원은 올해 1월 30일부터 2월 24일까지 15일간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다만 청구사항 8개 중 징계 양정의 적정성, 감사팀 답변의 적정성, 경찰 조사 시 진술의 적정성 등 3개 항목에 대해서는 위법 및 부당하다고 보기 곤란하거나 국민감사 청구 제외 대상으로 판단하여 제외했다.
감사 결과, 게관위의 내부 부패 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음이 드러났다. 비위 의혹의 중심에 있었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뿐만 아니라, 게임물등급서비스와 게임기기 입출고 관리시스템도 운영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게임기기 입출고 관리시스템은 슬롯머신 등 사행성 게임기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게관위의 설립 배경이 된 ‘바다이야기’ 사태와 밀접하게 연관이 있는 시스템이었다. 게관위의 설립 주목적인 사행성 게임기기 시스템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자, 해당 기관이 태업과 부패에 빠져 근본적인 본분조차도 망각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최근 게임위는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형태의 게임인 ‘바다신2’를 전체이용가 게임으로 통과시켜 구설수에 올랐다.
감사원에 따르면 게관위는 통합관리시스템이 완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한 것으로 검수한 후 대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사업자가 해당 사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해 6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해가 발생했다.
또한 게임위는 자체등급분류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해당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먼저 구입했지만, 해당 라이선스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활용할 수 없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또한 통합관리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납품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검증작업 자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지만, 게관위는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약 6개월 뒤에서야 결과를 제출받았다.
게관위가 이같은 추태를 감추기 위해 뒷공작을 벌인 것도 드러났다. 게관위는 자신들의 과실을 덮기 위해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하여 줄 것을 종용했다. 감리업체가 이에 응하여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보고서를 제출하자 게관위는 이를 검수 업무 등에 활용했을 뿐 아니라, 언론에서 이같은 문제가 보도되자 허위․과장된 해명자료를 게재했다.
감사원은 “게관위는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리자료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인위적으로 통합 관리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지만,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김규철 게관위 위원장에게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의 검수 업무 등을 부당게 처리한 관계자를 인사규정에 따라 징계처분(문책)하도록 한 데 이어 시스템 구축 관련 과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관련 회사 및 관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장관에게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업체에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통보하는 등, 총 6건의 감사결과를 처분요구 및 통보·고발했다.
해당 감사 청구를 주도한 이상헌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뒤이어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감춰져 있던 진실은 (청원 서명운동에) 함께 해주신 5489명의 유저들이 아니었다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을 의혹이었다”며 “비위 의혹을 밝히기 위해 귀중한 시간 내어 국회까지 발걸음해주셨던 유저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사의를 표했다.
게관위 “감사원 결과 겸허히 수용…후속 조치 추진할 것”
게관위는 해당 감사결과를 받아들이고 후속 조치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게관위는 30일 오전 발표한 입장문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감사원 처분요구에 따른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게관위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별개로 현재 본부장 전원 본부장보직 사퇴, 재무계약팀 신설 등 재발방지에 대한 자체적인 혁신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철 게관위 위원장은 “감사원 처분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위원회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다만 게관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내부 개혁과 쇄신에 적극적으로 나설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시선이 짙다. 한 유저는 “본부장들의 사퇴는 사실상 퇴직금을 보전하려고 발버둥치며 책임은 지지 않고 도망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미 썩을 대로 썩은 게관위에 뭔가를 기대할 여지가 남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하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